띠링.
막 뜬 찌개를 먹기도 전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서진이 화면을 뒤집자 건너편의 유리가 물었다.
“밥 먹는데도 회사 연락이야?”
“응. 품절 처리한 수납함이 아직 주문된대.”
월요일 저녁이었다. 윤서진은 생활용품 회사의 온라인몰을 맡고 있었다. 퇴근이 늦었는데도 강유리는 기다렸다는 말 대신 찌개에서 고기부터 건져 주었다. 대학 때 만난 두 여자는 졸업한 뒤에도 서로의 이사를 챙겼다. 유리가 한 살 많았지만 오래전부터 말을 놓고 지냈다.
“오늘은 그만 봐. 찌개 다 식겠다.”
서진은 다시 화면을 확인하려던 손을 거두고 전화기를 가방에 넣었다. 유리가 밀어 준 고기를 먹자 그제야 배고픈 줄 알았다.
“노트북도 바꿔야 하나 봐. 사진 세 장만 열면 멈춰.”
“노트북도 집 정리도 할 게 많네. 화요일에 갈게. 같이 치우자.”
현관에서 신발을 벗을 때는 오후 아홉 시가 넘었다.
“나 왔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말을 하고 들어오면 집에 도착한 것 같았다. 본가에서는 엄마가 안쪽에서 응, 하고 받아 주었다. 혼자 살기 시작한 뒤에도 입에 붙은 말은 남았다.
거실 등을 켰다. 창문의 회색 커튼은 한쪽이 짧아 아래가 비었다. 서진은 잠금장치를 확인한 뒤 원형 탁자 위 상자와 잡지를 밀어 컵 놓을 자리를 만들었다.
서진은 창문 쪽 의자에 가방을 걸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 유리에게 잘 들어왔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인스티아를 열었다.
친구들의 사진을 보던 익숙한 앱이었다. 강아지가 주인의 운동을 방해하는 영상에 웃음이 났다. 유리에게 보내고 다음 게시물로 넘겼다.
노트북 광고였다.
은색 노트북이 열린 채 놓여 있고, 옆에는 커피잔과 얇은 수첩이 있었다. 사진 작업도 가볍게,라는 문구 아래로 가격이 붙어 있었다.
서진은 아까 식당에서 뒤집어 둔 전화기를 떠올렸다. 그때 탁자 위에 있었던 건 유리의 것도 마찬가지였다. 광고를 캡처해 대화방에 보냈다.
‘인스, 우리 말 듣는 거 아니야?’
유리의 답은 빨랐다.
‘일단 네 노트북 말은 들어 주나 보다.’
서진은 웃었다. 방금 한 말을 알아듣고 골라 준 것 같아 가격을 눌러 봤다. 보증금에 생활비까지 얹은 뒤라 살 수는 없었다. 광고를 닫고 귀여운 강아지 영상으로 돌아갔다.
전자레인지로 달걀찜을 만드는 영상 다음에 스피커 광고가 나왔다.
‘혼자 돌아온 집에서 “나 왔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컵이 입술 앞에서 멈췄다.
작은 흰 스피커 옆에 운동화를 벗는 발이 찍혀 있었다. 광고 속 현관은 서진의 집보다 넓었다. 바닥도, 신발장도 달랐다. 문구만 자기 것이었다.
서진은 광고를 위로 밀었다가 다시 내렸다. 노트북 얘기는 유리라도 들었다. 이 말은 방금 빈집에 들어오면서 했다. 스피커 가격을 누르려던 손가락을 거뒀다.
알림이 떴다. 유리였다.
‘문 잘 잠그고 자. 내일 연락해.’
서진은 답장을 쓰다가 지웠다. 또 광고 얘기를 하면 유리는 노트북 다음에는 말동무도 사라고 할 것 같았다. 실제로 혼자 사는 사람에게 흔한 문구일 수 있었다. 자신만 하는 말도 아니었다.
광고를 캡처해 유리에게 보내려다 멈췄다. 대신 ‘응. 잘 자’만 보냈다. 사진은 혼자 보관했다.
이 집을 고를 때 유리는 어느 집에서 더 잘 잘 것 같냐고 물었다. 서진은 불을 끈 거실에 서서 그 말을 떠올렸다. 전화기를 충전기에 꽂자 화면이 한 번 밝아졌다가 꺼졌다. 물을 가지러 주방으로 가면서 평소처럼 아이고, 춥다,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차가운 물을 마시고 돌아왔을 때, 집 안에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