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까워진 당신에게

눈을 떴을 때 유리는 옆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잡고 있던 손은 풀려 있었다. 서진은 어느 순간 놓았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목이 뻣뻣하지 않았다. 이불을 덮고 몇 시간이나 잤다는 사실을, 유리가 뒤척이는 소리를 듣고서야 실감했다.

“잤어?”

“응. 너는?”

“나도.”

유리가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서진은 조금 웃었다. 어젯밤에는 아침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씻고 나온 서진에게 유리가 전화기를 건넸다. 유리는 먼저 자기 회사에 연락하고 메시지를 확인한 뒤였다.

서진은 팀장에게 오전 반차를 쓰겠다고 말하고 통화를 끝냈다. 다른 앱은 열지 않고 곧바로 돌려주었다.

둘은 짐을 챙겨 근처에서 국밥을 먹기로 했다. 서진이 침대를 원래 자리로 밀자 유리가 발치의 슬리퍼를 치워 주었다.

“밥 먹고 네 집까지 같이 갈게. 난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전화기만 챙겨 와.”

“응. 오래 안 걸릴게. 너도 출근해야 하니까.”

서진은 커튼에서 토끼 집게를 뺐다. 겹쳐 있던 두 장이 벌어지며 햇빛이 들어왔다. 집게를 건네자 유리가 머리를 쓸어 올려 꽂았다. 한쪽 귀가 없는 토끼가 귀 뒤로 올라갔다.

방을 나서며 서진은 침대를 한 번 돌아봤다. 어젯밤 유리 옆에 앉아 기댔던 쪽의 이불이 조금 구겨져 있었다.

국밥집에는 출근길 손님들이 몇 명 앉아 있었다. 유리가 따뜻한 물을 받아 오는 동안 서진은 수저를 놓았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그때 네가 물었잖아. 어느 집에서 더 잘 잘 것 같냐고.”

서진이 말했다. 유리는 물컵을 내려놓았다.

“집 보러 다닐 때?”

“응. 난 창문 크기만 보고 있었는데.”

“밤에 누워 있을 집이니까.”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는 처음부터 자기가 잠을 잘 수 있을지 걱정해 준 사람이었다. 혼자 살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줄 알았는데, 그 걱정 덕분에 버틴 날이 많았다.

“고마워. 어제도 같이 있어 줘서.”

유리는 대답 대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잠시 뒤 컵을 내려놓고 말했다.

“오늘 저녁에 연락할게.”

서진은 몇 시에, 하고 물으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기다릴게.”

유리가 외투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지현이가 결혼사진 올렸대. 어제 온 게 그 연락이더라.”

서진도 아는 대학 친구였다. 유리는 알림에 붙은 작은 사진을 보다가 손가락을 멈췄다. 사진 옆에 인스티아 표시가 있었다.

“나중에 봐도 돼.”

서진이 말했다. 유리는 화면 가장자리를 엄지로 문질렀다.

“어제 축하한다는 말도 못 해 줬어.”

유리는 잠시 망설이다 알림을 눌렀다. 지현의 게시물이 열렸다. 서진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바닷가에 선 신부가 날아가는 드레스 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유리가 화면을 탁자 가운데로 조금 기울였다.

“쟤도 저런 표정 짓네.”

“사진 찍기 싫어하더니.”

둘은 웃었다. 유리는 축하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뒤로 가기를 누르자 피드가 나타났다. 유리의 엄지가 화면 옆 버튼으로 옮겨 갔다.

그때 종업원이 뜨거운 그릇을 들고 다가왔다. 유리는 켜진 전화기를 물컵 옆에 내려놓고 앞에 놓인 수저통을 치웠다. 국밥 두 그릇이 탁자에 놓였다. 서진은 반찬 접시를 가운데로 밀었다.

유리가 국을 한 숟갈 먹고 눈을 감았다.

“살겠다.”

서진도 숟가락을 들었다. 김이 얼굴에 닿았다. 전화기가 옆에 켜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화면을 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 먹고 가자. 천천히.”

서진의 말에 유리가 웃었다.

물컵 옆에 켜져 있던 화면이 갑자기 바뀌었다. 서진의 시선이 그쪽으로 갔다. 인스티아 피드에 새 광고가 떴다.

작은 소파에 두 여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모양, 무릎 위에 포갠 두 손은 어젯밤의 두 사람과 같았다.

두 사람 뒤로 커튼이 보였다. 같은 길이의 두 장을 가운데에서 갈색 토끼 집게가 붙잡고 있었다. 한쪽 귀가 부러진 집게였다.

사진 아래에 2인용 소파의 가격과 작은 ‘광고’ 표시가 붙었다.

‘다툰 밤이 지나고, 다시 가까워진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