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은 지난 상담 기록을 위로 올렸다. 깨진 조명을 선물할 날이 정해져 있었고, 고객은 그날 전까지 새것을 받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확인해보겠다고 약속한 문장도 남아 있었다.
“기다리셨죠. 제가 다시 확인해드릴게요.”
“아까도 연락을 드렸는데요.”
“네, 지금 바로 물어보겠습니다.”
재현은 고객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고 물류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주문의 교환품을 우선 준비할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다. 상대가 가능 여부를 보겠다고 답했다. 재현은 고객에게 새 상품을 준비할 수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제가 그걸 아직도 원한다고 누가 그래요?”
재현의 손이 마우스 위에서 멈췄다.
“교환 신청하신 걸로 보여서요.”
“지난번 얘기잖아요. 선물할 날 지났다고 말씀드렸는데. 물건 가져가고 돈 돌려주기로 했어요.”
재현은 화면 아래로 내려갔다. 민수가 남긴 오늘 오전 기록이 있었다. 고객이 교환을 취소하고 환불을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회수 일정까지 확인 중이었다. 재현이 방금 읽은 것은 그보다 위에 남은 지난주 기록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최근 통화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은 한숨을 쉬었다.
“저는 돈이 언제 들어오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예요. 또 조명 오면 저보고 어떻게 하라고요.”
“새로 보내달라는 요청부터 멈추겠습니다. 제가 확인하고 연락드려도 될까요?”
“같은 설명 다시 안 해도 되게 해주세요.”
재현은 알겠다고 하고 통화를 끝냈다. 바로 물류 담당자에게 준비를 중단해달라고 썼다. 메시지 옆에 읽음 표시가 뜨지 않았다. 전화번호를 찾는 동안 옆에서 의자가 움직였다.
“그 조명 건 네가 물어봤어?”
민수가 자기 화면을 가리켰다. 물류 담당자가 원래 맡은 민수에게 어느 요청이 맞느냐고 확인을 보낸 것이었다.
“교환인 줄 알고. 취소해달라고 했는데 아직 안 읽어.”
민수가 물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현은 옆에서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민수는 준비를 멈춘 것을 확인하고 헤드셋을 내려놓았다.
“아직 포장 전이래.”
“내가 고객한테 다시 전화할게.”
민수는 재현을 보았다. “그 전에 지금 약속한 거부터 읽어.”
재현은 반박하지 않았다. 민수가 확인해둔 회수 요청, 환불 경과를 알려주기로 한 연락 시점을 끝까지 읽었다. 고객은 같은 설명을 되풀이했는데 자신은 질문을 다 듣지도 않았다.
두 사람이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현이 다시 전화했다. 새 상품은 보내지 않으며, 환불을 위한 회수 확인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약속한 연락을 놓치지 않도록 민수가 담당을 이어간다는 말도 했다.
“다음에는 그분하고 얘기할게요.”
고객의 말에 재현은 네, 하고 답했다. 이름을 다시 묻는 목소리를 들으며 민수의 이름을 천천히 알려주었다.
팀장은 두 사람을 불렀다. 민수가 물류의 준비를 멈추고 재현이 고객에게 다시 설명했다는 말을 듣자 먼저 다음부터 담당자를 확인하라고 했다.
“재현 대리도 익숙하다고 바로 들어가지 말아요. 바뀐 건 보고.”
재현은 이번에는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말하면서 민수 쪽을 보지는 못했다.
자리로 돌아왔을 때 민수 앞에는 다른 고객에게 회신할 메모가 놓여 있었다. 방금 일 때문에 하던 통화를 미뤘다는 걸 재현도 알았다.
“내가 대신 답할까?”
민수가 메모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아니. 내가 마저 할게.”
재현은 두 손을 자기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더 도와주겠다고 하면 같은 말을 또 하게 될 것 같았다. 자신이 오래 맡은 고객이라고 시작한 일이 민수의 남은 일을 늘렸다.
잠시 뒤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현은 이번에는 붙잡았다.
“내일 아침에 잠깐 얘기할 수 있어?”
민수는 무슨 얘기냐고 묻지 않았다. 출근하면 말하라고 했다.
재현은 노트에 변명부터 써봤다. 고객이 자기를 찾았고, 예전 기록이 먼저 보였고,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셋 다 사실이었다. 읽고 나니 사과는 한 줄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