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얘기를 듣는 자리

금요일 밤, 인스에 유아용 침대 광고가 떴다. 하얀 이불이 깔린 침대 아래로 젖병과 수유등 사진이 이어졌다.

노란 우비는 끝내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기용품이었다. 서진은 광고를 캡처했다. 유리에게 보내려다 그만뒀다. 이제 그만 확인하겠다고 말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다음 날 점심, 유리가 만나자고 해서 집 근처 카페에 갔다. 대학 때부터 가까이 지낸 친구였다. 서진은 유리 앞에 앉자마자 이사 선물로 받은 화분을 깨뜨렸다고 털어놓았다.

“테이프 붙여 놨어. 식물은 괜찮아.”

“걔 이사도 시켜 줘. 너만 새집 가지 말고.”

서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는 따라 웃다가 물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나도 할 말 있어.”

옆 탁자는 비어 있었지만 유리는 목소리를 낮췄다.

“나 임신했어. 지난주에 알았어.”

커피잔을 들던 서진의 손이 멈췄다. 어젯밤의 아기 침대가 떠올랐다.

“그래서 그 광고가 떴구나.”

유리의 손이 물컵에서 떨어졌다.

“무슨 광고?”

서진은 컵을 내려놓고 전화기를 꺼냈다. 저장한 침대 광고를 열어 유리 쪽으로 내밀었다.

“어제 내 폰에 이런 게 떴어. 젖병도 나오고. 우리 우비 얘기한 뒤로 아기용품이 뜨는 건가 했는데, 네가 임신했다니까…….”

유리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

“내가 임신한 거랑 네 광고가 무슨 상관인데?”

서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두 일이 이어진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래도 광고를 한 번 같이 봐 주면 유리도 이상하다고 느낄 것 같았다.

“이것 좀 봐. 나 이런 건 검색한 적도 없어. 너도 이상하지 않아?”

서진이 젖병 사진으로 넘기자 유리가 의자를 뒤로 밀었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었다.

“나 임신했다고 얘기하고 있잖아. 광고 말고 내 얘기 좀 들어 주면 안 돼?”

그제야 서진은 전화기를 거뒀다. 유리는 입술을 다문 채 물컵만 보고 있었다.

“미안해. 너는 괜찮아?”

“기쁘지. 그런데 내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싶어서 겁도 나.”

유리가 컵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너 만나면 좀 털어놓을 수 있을 줄 알았어. 축하도 받고.”

서진은 전화기를 가방에 넣었다. 친구가 임신했다는 말을 듣고도 축하한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축하해, 유리야. 내가 광고 얘기만 했네. 미안해.”

유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옆자리에 놓인 가방을 집었다.

“오늘은 먼저 갈게. 혼자 좀 있고 싶어.”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는 일어서기 전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 임신한 거, 다른 친구들한테는 아직 말하지 마. 내가 준비되면 직접 얘기할게.”

“응.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유리가 카페를 나갔다. 서진은 따라가지 않고 빈 맞은편 자리를 바라봤다.

집에 돌아온 뒤 대화방을 열었다. 유리가 보낸 ‘그럼 일단 귤 먹어’라는 말이 보였다. 광고 캡처를 그 사이로 계속 보낸 사람은 자신이었다.

‘나한테 말해 줘서 고마워.’

서진은 한 문장을 보냈다. 광고 사진은 보내지 않았다. 잠시 뒤 읽음 표시가 생겼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저녁에는 휴대전화를 다른 방에 두고 밥을 먹었다. 몸에 좋은 음식을 검색해 보내 줄까 하다가 그만뒀다. 무엇이 필요한지 또 먼저 정해 주는 일 같았다.

식사를 마친 뒤 전화기를 가져왔을 때 유리가 답해 두었다.

‘오늘은 네가 같이 기뻐해 줄 줄 알았어.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내가 먼저 연락할게.’

서진은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미안하다고, 아까는 놀라서 그랬다고. 두 줄을 적고 나서 지웠다. 지금 설명을 보태면 유리가 다시 대답해야 할 것 같았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탁자 건너편 빈 의자에 눈이 갔다. 점심에 유리가 의자를 뒤로 밀던 소리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