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과 닮은 방

광고 속 의자에 회색 후드가 걸려 있었다.

일요일 밤이었다. 서진은 소파에 누워 인스티아를 넘기다가 손을 멈췄다. 원형 탁자와 낮은 책장, 오른쪽으로 난 창문. 자기 집과 비슷했다. 혼자 사는 사람의 방은 다 이렇게 생겼나 보다 싶었다.

‘작은 집도 넓게 쓰세요.’

접이식 탁자 광고였다. 사진 아래에는 가격과 여러 색상의 동그라미가 붙어 있었다. 서진은 잠깐 가격을 본 뒤 사진을 확대했다. 의자에 걸린 후드의 한쪽 소매가 바닥에 닿을 만큼 늘어져 있었다.

소파에서 고개를 들었다. 창가 의자에도 소매가 그렇게 늘어져 있었다.

서진은 몸을 일으켰다. 후드 아래로 의자 다리의 벗겨진 부분이 보였다. 이사할 때 계단에 부딪힌 자리였다. 사진 속 의자에서도 같은 곳이 하얬다.

서진은 광고 사진 속 책장을 확대했다.

사진 속 화분에는 긴 테이프 위로 짧은 조각이 비스듬히 붙어 있었다. 겹친 자리에 공기방울까지 있었다. 서진은 실제 책장으로 다가가 자기 화분을 돌려 봤다. 테이프 아래 납작하게 갇힌 공기방울이 같은 모양이었다.

목요일에 깨뜨려 직접 붙인 테이프였다. 서진은 화분을 내려놓지 못한 채 화면과 번갈아 봤다.

화분을 책장에 내려놓고 사진첩을 뒤졌다. 이사 전 사진 다음에는 음식과 광고 캡처뿐이었다. 이 방은 찍은 적도, 누구에게 보낸 적도 없었다.

화면에 있는 방은 현관 쪽에서 바라본 모습이었다. 서진은 전화기를 든 채 현관 앞으로 갔다. 그 자리에서 보니 창문과 책장이 광고 속 각도와 맞았다.

뒤를 돌아봤다. 닫힌 문에 회색 외투가 걸려 있었다. 외투를 내려 봐도 걸이 두 개뿐이었다. 누가 숨어서 보고 있을 곳은 없었다. 서진은 외투를 바닥에 놓았다.

잠깐 유리에게 전화하고 싶었다. 토요일 카페에서 유리가 했던 말이 먼저 떠올랐다. 자기 얘기를 듣는 자리에서도 광고만 확인하려 했다는 말이었다. 이제는 정말 이상한 일이 생겼다고 하면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까.

서진은 대화방을 열지 않았다. 대신 광고 화면을 캡처했다. 자기 눈으로 본 것을 나중에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창가의 의자를 잡았다. 회색 후드를 벗겨 팔에 걸친 뒤 의자를 현관 옆 빈 벽으로 옮겼다. 후드는 다시 등받이에 걸었다. 이번에는 소매가 바닥에 닿지 않도록 안쪽으로 접었다.

책장과 탁자는 건드리지 않았다. 의자 하나만 달랐다.

소파로 돌아와 인스티아를 열었다. 강아지가 물그릇에 앞발을 담그는 영상이 나왔다. 서진은 끝까지 보지 않고 넘겼다. 운동화, 식당, 친구의 바다 사진. 탁자 광고는 나오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가까웠다. 출근하려면 자야 했다. 서진은 전화기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 옆에 놓았다. 침대에 누워 불을 끄자, 거실에서 의자를 끌던 소리가 생각났다. 제 손으로 옮겼는데도 누가 다시 끌고 갈 것 같았다.

그날 밤에는 앱을 더 열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 알람을 끄고 인스티아를 켰다. 밤새 그 사진이 없어졌을지도 몰랐다. 같은 광고가 다시 나오면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광고는 접이식 의자였다.

사진 속 의자가 현관 옆에 있었다. 소매를 접어 넣은 회색 후드가 등받이에 걸려 있었다. 창가에는 의자가 빠진 자리만 비어 있었다.

‘문 앞이 좁아졌나요? 접어서 보관하세요.’

서진은 침대에서 내려와 현관까지 걸었다. 의자에 손을 얹었다. 어젯밤 밀어 둔 바로 그 자리였다.

화면을 끄자 검은 유리에 자기 얼굴이 비쳤다. 서진은 전화기를 뒤집어 의자 위에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