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 둔 자리

탁자 서랍은 아침에도 닫혀 있었다.

서진은 외투를 걷고 몸을 일으켰다. 목이 뻣뻣했다. 침대에서 자겠다고 시작한 일이 소파에서 밤을 새우는 것으로 끝났다.

침실로 가서 의자를 내렸다. 붉은 수건을 풀어 세탁 바구니에 넣고, 의자를 거실 창가로 옮겼다. 이불에 남은 네모난 자국을 손으로 펴는데 손목이 아팠다. 어제 이걸 침대까지 들고 갔다는 사실이 갑자기 피곤했다.

서랍에서 전화기를 꺼내 켰다. 출근 시간을 확인하고 하루 쉬겠다는 연락을 보냈다. 앱 아이콘이 눈에 들어왔지만 누르지 않았다. 유리와의 대화방을 열었다.

‘오늘 저녁에 잠깐 통화할 수 있어?’

토요일에는 친구의 임신 얘기를 듣다 광고부터 물었다. 이제 무섭다고 연락하려니 손이 멈췄다. 그래도 혼자 하루를 더 버티고 싶지는 않았다.

유리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오전 열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지금 잠깐 괜찮아. 무슨 일이야?”

목소리를 듣자 서진은 창가를 봤다.

“내 방이 광고에 나와.”

“무슨 말이야?”

“의자를 옮기면 광고에서도 옮겨져. 어젯밤엔 침대에 뒤집어 놓고 수건까지 묶었어. 그것도 나왔어.”

유리 쪽에서 문 닫는 소리가 났다. 이어진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네가 찍은 사진은 아니고?”

“이사 오고 방 사진 찍은 적 없어. 침대 위에 의자 올려놓은 건 어제 처음이고.”

“지금도 침대 위에 있어?”

“아니. 아침에 내렸어.”

“밥은 먹었어?”

서진은 아니라고 했다. 유리는 자기도 곧 나가야 한다며 짧게 숨을 골랐다.

“오늘 혼자 자기 무서우면 우리 집으로 와. 지금은 내가 밖에 있어야 해서, 저녁 일곱 시쯤이면 돼.”

“나 진짜 가도 돼?”

“응. 혼자 있지 말고 와.”

서진은 알겠다고 했다. 버스로 여섯 정거장. 여러 번 가 본 친구 집을 머릿속에 떠올리고서야 창가 의자에서 눈을 뗐다.

통화를 마친 서진은 빵 한 조각을 꺼내 먹으며 전화기를 껐다. 신발장 위에 엎어 놓았지만 광고에 나온 화분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서진은 화분을 책장에서 원형 탁자로 옮겨 식탁보를 씌웠다. 천 가운데가 잎에 걸려 뾰족하게 솟았다. 탁자를 벽 쪽으로 밀어도 그 모양은 감춰지지 않았다.

친구가 돌아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리려던 서진은, 빵을 다 먹기도 전에 지갑과 열쇠를 챙겼다. 전화기는 신발장에 남겼다. 저 천을 다시 보느니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나았다.

동네 도서관에 앉아 있다가 저녁에는 빵집에 들어갔다. 주문한 빵을 받아 들고 빈손으로 주머니를 짚었다. 화면을 확인할 수 없으니 적어도 빵이 식기 전에 다 먹었다.

일곱 시쯤 짐을 챙기러 돌아왔다. 신발을 벗고 전화기를 켰다. 유리에게 출발한다고 연락하려던 참이었다.

고개를 들자 탁자 위로 솟은 천이 보였다. 전화기를 끄고 나서 씌운 것이었다. 이것만 나오지 않으면 전화기를 꺼 두고 집에서도 잘 수 있지 않을까. 서진은 대화방 대신 인스티아를 눌렀다.

문 옆에 선 채 화면을 넘겼다. 여행 가방 광고 다음에 흰 식탁보가 나타났다.

탁자 위에 씌워진 천 가운데가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창가에는 아침에 되돌려 놓은 의자가 있었다. 사진 옆에는 둥근 덮개를 씌운 식탁이 작게 붙어 있었다.

‘모양이 드러나지 않게, 넉넉한 크기로.’

서진은 방 안을 보지 않고 광고부터 닫았다. 전화기를 꺼 놓은 동안 바꾼 모양이었다. 돌아와서 손도 대지 않았는데 화면에 먼저 나와 있었다.

현관문은 아직 열려 있었다. 서진은 문을 활짝 밀고 복도로 나왔다. 손에 든 전화기까지 밖으로 따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