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오셨나요

유리는 서진 앞에 밥그릇을 놓았다. 국을 뜨기 전에 뜨겁다고 한 번 더 말했다. 서진은 숟가락을 쥐고 그 말대로 천천히 불었다.

유리의 집에서는 세탁기가 돌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작은 유리 장식이 떨렸다. 소리가 날 때 무엇이 내는지 알 수 있었다. 서진은 밥을 절반쯤 먹고 나서야 어깨를 내렸다.

가방은 식탁 아래 두 발 사이에 놓았다. 유리는 치우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의자를 조금 옆으로 옮겨 다리를 뻗을 자리를 만들어 줬다.

“여기 있으니까 좀 낫다.”

“오늘은 여기서 자.”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전화기를 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유리는 서진에게 광고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하지 않았다.

밥을 먹은 뒤 서진이 그릇을 들자 유리가 싱크대만 가리켰다. 오늘은 거기에 두라고 했다. 서진은 물을 조금 받아 놓고 돌아왔다.

유리가 소파에 앉으며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서진은 맞은편에 앉았다.

“오늘 몸은 어때?”

“속이 좀 울렁거려. 밥 냄새는 괜찮았다가 갑자기 싫고.”

“나 때문에 억지로 먹은 건 아니지?”

“그 정도는 아니야. 너 오기 전에 이미 두 숟갈 먹었어.”

유리가 웃었다. 서진도 웃었다. 토요일에는 묻지 못했던 말들이 어렵지 않게 나왔다. 잠은 잘 자는지, 내일 같이 먹고 싶은 게 있는지. 서진은 유리가 대답하는 동안 기다렸다.

“아직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고 싶지 않아.”

“응. 내가 말하지 않을게.”

그 약속을 하고 나서 서진은 광고 생각이 났다. 자기 방을 아는 것이 유리의 일도 아는 걸까. 입을 열면 또 언제부터,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느냐고 묻게 될 것 같았다.

유리가 무릎에 놓인 쿠션을 바로 세웠다. 서진은 질문을 삼키고 친구가 말을 이을 때까지 기다렸다.

“나도 좀 익숙해지면 내가 말할게.”

“그래.”

세탁기가 멎었다. 유리가 빨래를 꺼내러 일어나자 서진도 따라가 수건을 받아 들었다. 둘은 건조대 양쪽에 서서 수건을 널었다. 맨 끝에 자리가 모자라 유리가 한 장을 반으로 접었다. 서진은 그걸 다시 펴서 옆줄로 옮겼다.

“거기 빈자리 있었네.”

별것 아닌 말이었다. 서진은 수건의 양쪽 끝을 맞추고 손을 뗐다. 위치를 바꿨지만, 확인하려고 옮긴 것은 아니었다.

거실로 돌아오며 식탁 아래 가방을 가져왔다. 소파 옆 바닥에 내려놓자 지퍼 사이로 나온 티셔츠 소매가 접혔다. 집에서 나올 때 꽉 쥐었던 가방 끈 자국이 손바닥에 아직 남아 있었다.

유리는 작은방으로 이불을 가지러 갔다. 서진은 소파 등받이에 등을 붙였다. 자기 집의 전화기는 지금도 신발장 위에 엎어져 있을 것이었다. 돌아갈 생각은 내일 하기로 했다.

유리가 이불과 베개를 안고 나왔다. 소파 반대쪽 빈 바닥에 내려놓고, 탁자에 있던 자기 휴대전화를 집었다. 아침에 봤던 강아지가 생각난다며 웃었다.

“이것 좀 봐. 너 좋아하는 강아지.”

서진은 잠깐 망설였다. 유리가 인스티아에서 저장한 영상을 찾아 보여 주었다. 강아지는 주인이 펴 놓은 운동 매트 끝을 물고 놓지 않았다. 사람이 한쪽을 펴면 반대쪽이 말렸다.

서진이 웃었다. 강아지가 끝내 매트 위에 누워 버렸다. 유리도 옆에 앉아 같이 웃었다.

영상이 끝나자 유리가 다음 게시물로 넘겼다.

침구 광고였다.

서진은 웃던 입을 다물었다.

사진 속 소파 옆에 자기 가방이 있었다. 지퍼 사이로 나온 티셔츠 소매가 바닥에 접혀 있었다. 반대편에는 유리가 조금 전 가져온 이불과 베개가 놓여 있었다.

‘갑자기 찾아온 손님도 편안하게.’

유리는 사진과 서진을 번갈아 봤다. 서진은 설명하지 못했다. 사진 오른쪽 아래에 유리 장식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지금 창문 옆 바닥에 생긴 그림자와 같은 모양이었다.

“이거…… 우리 집인데.”

유리가 사진을 확대했다. 화면을 두 번 건드려 원래 크기로 돌린 뒤에도 가방은 없어지지 않았다. 사진 아래에는 작은 점 두 개가 붙어 있었다.

서진은 가방을 발뒤꿈치로 밀었다. 바닥을 끄는 소리가 났다. 가방이 소파 밑으로 반쯤 들어갔다.

유리의 손가락이 멈춰 있었다. 서진이 화면 아래 두 번째 점을 가리켰다. 유리는 서진의 얼굴을 보고, 그 점을 눌렀다.

다음 사진에서는 가방이 소파 밑으로 반쯤 들어가 있었다.

유리는 소파 밑의 가방을 내려다보다가 일어났다. 가방을 밀어 넣은 서진보다 유리가 먼저 자리에서 떨어졌다.

“아까부터 이 사진이 있었어?”

“나도 모르겠어. 네가 누르기 전에는 못 봤어.”

유리는 화면을 한 번 더 밀려다가 멈췄다. 뒤로 넘길 사진은 없었다. 두 번째 사진 아래에는 이불 가격과 무료 배송이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서진은 유리의 얼굴을 봤다. 자기 방에서 이 일을 겪을 때는 누군가 같이 봐 주기만 하면 덜 무서울 줄 알았다.

유리가 전화기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서진은 대답 대신 화면에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