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은 탁자 위 전화기를 집으려다 유리를 봤다.
“이 화면 좀 봐도 돼?”
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진은 전화기를 들어 두 번째 사진을 확대했다. 소파 밑에 반쯤 들어간 가방. 지퍼에 끼인 티셔츠 소매. 조금 전 발로 밀어 넣은 모양 그대로였다.
화면을 저장하고 돌려주자 유리는 캡처된 사진을 확인한 뒤 앱을 닫았다. 소파에 앉으려던 무릎이 다시 펴졌다. 사진 속 가방이 바로 그 아래에 있었다.
“나도 무서워. 여기서 못 자겠어.”
유리가 서진을 재우려고 꺼낸 이불은 바닥에 놓인 그대로였다. 서진은 그제야 소파 밑의 가방을 꺼냈다. 끼어 있던 티셔츠 소매를 안으로 넣고 지퍼를 끝까지 잠갔다.
유리가 전화기 옆 버튼에 손가락을 댔다.
“그냥 꺼 버릴래.”
“잠깐. 호텔부터 찾아볼까. 내 전화기는 집에 두고 왔어.”
“너도 같이 가.”
유리가 곧바로 말했다. 서진은 가방 끈을 놓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는 버튼에서 손을 뗐다. 앉지 않고 그대로 서서 호텔을 찾았다. 화면을 내리던 손가락이 멎었다. 침대 두 개가 나란히 놓인 방이었다.
“여기는 지금 갈 수 있대.”
서진은 옆으로 다가가 호텔 이름과 주소를 읽었다. 택시로 십여 분 거리였다. 유리가 예약을 마쳤다. 서진은 화면 속 침대를 잠깐 더 봤다. 조금 뒤에는 저기에 누울 수 있었다.
“금방 챙겨 올게. 너도 외투 입어.”
유리는 전화기를 탁자에 놓고 침실로 들어갔다. 서진은 가방을 현관에 내려놓고 소파 등받이의 외투를 들었다. 한쪽 팔을 넣다가 바닥을 봤다.
가방을 꺼낸 자리가 비어 있었다. 광고 속 소파 밑도 이제 비었을까.
서진은 외투를 쥔 채 탁자 쪽으로 한 걸음 갔다. 침실에서 지퍼 여는 소리가 났다. 서진은 발을 멈추고 나머지 소매에 팔을 넣었다. 전화기는 건드리지 않았다.
유리가 세면도구 주머니를 들고 나왔다. 건조대를 돌아가다 발이 수건 끝에 스쳤다. 유리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젖은 수건이 천천히 흔들렸다.
“내가 건드린 건데도 놀라네.”
유리는 웃지 않았다. 서진은 탁자에서 물러나 유리가 지나갈 자리를 비켰다.
유리가 주머니를 소파에 놓고 머리의 집게를 풀었다. 한쪽 귀가 부러진 갈색 토끼였다. 늘 가방 끈에 물려 다니던 것이었다. 흘러내린 머리를 다시 틀어 올렸지만 집게가 머리카락을 놓쳤다. 두 번째에야 고정됐다.
“옷만 갈아입을게. 금방 나와.”
유리는 침실 문을 반쯤 닫았다. 서진은 현관의 가방을 발 옆으로 당겼다. 신발을 신으면 나갈 수 있었다. 탁자 쪽을 보지 않으려고 가방 지퍼를 손끝으로 한 번 더 눌렀다.
유리가 가방을 메고 나오자 서진은 탁자의 전화기를 집어 건넸다. 유리는 택시를 불렀다. 기사 도착까지 4분이라는 글자 아래로 작은 차가 움직였다.
“물만 챙기면 돼.”
유리가 주방으로 향했다. 서진은 전화기를 쥔 친구를 불렀다.
“차 오는 동안만 광고 좀 봐도 돼? 가방 뺀 것도 바뀌었는지.”
유리가 멈췄다.
“그걸 보면 호텔에서는 괜찮을지 알아?”
서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호텔에서도 따라올까 봐 확인하고 싶은 것은 맞았다. 하지만 여기서 가방이 사라진 사진을 찾는다고 다음 방이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유리는 물병을 들고 돌아왔다. 전화기를 바로 건네지는 않았다.
“차 오면 바로 나갈 거지?”
“응. 바로 줄게.”
“사진만 보고 끝내. 다른 건 옮기지 마.”
“안 옮길게.”
유리가 전화기를 건넸다. 서진은 받아 든 화면에서 차가 가까워지는 것을 봤다. 유리는 물병을 다른 손으로 옮겨 쥐었다.
인스티아를 열었다. 택시 지도 대신 피드가 나타났다. 현관으로 간 유리가 신발을 꺼내 놓는 동안, 서진은 첫 게시물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