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회의실 문을 닫으며 오래 걸리느냐고 물었다. 재현은 노트북을 열지 않은 채 말했다.
“지금보다 제 업무를 더 넘기는 건 보류해주십시오.”
“현재 맡은 사람들은요?”
“그 일까지 당장 뺏어오자는 건 아닙니다. 앞으로 어려운 상담 판단까지 전부 넘기는 데 반대한다는 겁니다.”
팀장은 팔짱을 풀고 의자를 당겼다. 민수가 잘하고 있고, 재현이 빠졌다고 일이 멈추지도 않았다는 말을 했다. 재현은 책상 부품을 받은 고객 사진을 떠올렸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민수 씨가 잘하는 건 압니다. 조명 건에 제가 잘못 끼어든 것도 인정합니다.”
팀장은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렇다고 제가 제 역할을 줄여달라고 한 건 아닙니다.”
재현은 준비한 종이를 꺼냈다. 길게 적지 않았다. 현재 담당은 유지하고, 추가 이관은 자신과 역할을 정할 때까지 멈춰달라는 내용이었다. 휴가 대화를 자기 동의로 쓰지 말아달라는 문장도 있었다.
팀장이 종이를 읽었다.
“이렇게까지 남겨야 합니까?”
재현은 대답하기 전에 숨을 들이마셨다.
“제가 말한 것과 적힌 게 달라서요.”
복도에서 누군가 손잡이를 돌렸다가 예약표를 보고 물러났다. 팀장은 잠깐 문을 봤다. 재현은 그 틈에 종이를 다시 가져오지 않았다.
“받았어요. 검토하고 답할게요.”
그날 오후 재현은 같은 내용을 메일로 보내고 수신 확인을 받았다.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현재 담당 업무는 그대로 하겠다고 적었다. 민수에게는 보류를 요청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만 알렸다.
민수는 그 말을 듣고 자기 회의 준비를 계속했다. 재현은 왜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느냐고 묻지 않았다. 민수에게 넘겨진 일을 지금 중단하라고 자신이 지시할 수는 없었다.
다음 날은 평소처럼 흘렀다. 고객은 배송이 늦는다고 했고 후배는 잘못 보낸 답변을 어떻게 바로잡느냐고 물었다. 재현은 이미 보낸 문장을 지우는 대신 어떤 점을 고쳤는지 새로 답하도록 도왔다. 후배는 고객에게 다시 연락했고, 고객은 바뀐 도착 예정일을 확인했다.
점심이 지나 운영 담당자에게서 알림이 왔다. 추가 이관이 승인돼 다음 주부터 적용된다는 내용이었다.
재현은 날짜를 확인했다. 자신의 반대 요청을 팀장이 받았다고 답한 다음 날이었다. 승인 사유에는 여전히 본인도 부담 축소를 원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그는 알림 화면을 켜둔 노트북을 들고 팀장 자리로 갔다.
“어제 제 요청 읽으셨잖아요.”
팀장은 재현 뒤를 한번 보고 회의실로 가자고 했다. 이번에는 재현이 먼저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재현은 화면을 테이블 가운데 놓았다.
“검토해보겠다고 했지, 멈추겠다고 한 건 아닙니다.” 팀장이 말했다.
“멈추지 않으셨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원한 일이 됩니까?”
팀장은 화면을 읽었다. 재현은 같은 질문을 다른 말로 설명하지 않았다.
“업무 분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럼 팀장님 판단이라고 써주십시오.”
팀장이 입술을 다물었다. 방 밖에서는 누군가 웃고 있었다. 재현은 자기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생각했다가 화면을 다시 봤다. 문장은 그대로였다.
“요약이 그렇게 들어와서 참고한 겁니다. 정확한 건 확인하고 있잖아요.”
“저한테 직접 들으셨잖아요. 어제.”
재현은 운영 담당자에게 받은 요약과 어제 보낸 반대 요청을 한 메일에 연결했다. 요약의 원본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이미 자기 반대 뒤에도 사용됐다는 사실을 추가했다. 팀장에게도 그 메일을 보냈다.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나니 이제 팀장이 자신을 까다로운 사람으로 볼 것이 분명했다. 재현은 그 생각 때문에 손을 거두지 않았다는 것만 확인했다. 다음 주에는 자신이 맡을 일이 더 줄어들 예정이었다.